임금피크제와 적용나이가 어떻게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일정 나이를 넘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 등 합리적 보상 없이 도입됐다면 연령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경영 합리화 명목으로 공공과 민간 기업에 대거 도입된 임금피크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례로 보입니다.
임금피크제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의 한 형태로, 일정 연령이 지난 장기근속 직원의 임금을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능력급제의 일종입니다. 즉, 일정 근속년수가 되어 임금이 피크에 다다른 뒤에는 다시 일정 비율씩 감소하도록 임금체계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즉, 은퇴를 늦추는 대신 연봉을 삭감하는 제도입니다.
임금피크제 적용나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나이는 모든 회사에서 재량대로 정의하는게 아닙니다. 공기업이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제도이지만 정부에서 법으로 강제하는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인 적용 나이는 만 55~57세입니다.
한국에서는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당시는 정리해고나 조기퇴직(명예퇴직)에 대한 압박이 강했던 시기로, 초기에는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정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가 대다수였습니다.
2007년 말 기준 도입률이 4.4%에 불과할 정도로 활용도가 낮았으나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을 통해 ‘60세 이상 정년’이 법제화되면서 제도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정부는 2015년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며 공공기관을 필두로 한 제도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였습니다.
임금피크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등 명목으로 본격 도입됐고 현재 모든 공공기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46.8%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라며 “임금피크제 효력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사안 별로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금피크제 종류
임금피크제는 크게 정년보장형, 정년연장형으로 나뉩니다. 한국의 경우 대다수의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들은 정년보장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1. 정년보장형
이 유형은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정년까지 임금을 삭감합니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을 원하는 근로자에게 현실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기업에게는 고용 조정에 따른 부담감과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얻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내 인건비 절감이나 인력구조 변경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자칫 정리해고의 대체수단으로 사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2. 정년연장형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한국의 극히 일부 기업 및 일본의 대부분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유형은 정년을 기준으로 한 노동력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업무에 재투입하여 은퇴 예정자(고령자)를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정년에 도달한 은퇴 예정자에 대해 재취업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여 임금수준을 정하고 연장 고용합니다.
이는 관련 직무에 익숙한 근로자를 계속 활용함으로써 신규 근로자의 채용과 적응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근로자 개인에게 근로의 기회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임금피크의 시점 및 임금 감액률의 결정 기준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고 제반 조건에 대한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일정 나이를 넘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 등 합리적 보상 없이 도입됐다면 연령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ㄱ씨가 ㄴ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ㄴ연구원은 2009년 노동조합과 합의를 통해 만 55살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정년 61살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1991년 입사한 ㄱ씨도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됐고 2014년 명예퇴직했습니다.
ㄱ씨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직급이 2단계 강등되고 역량등급이 49단계 강등된 기본급을 받게 됐다고 반발했습니다. 반면 ㄴ연구원 쪽은 노동자 과반수 노조와 합의를 통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라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연구원 특성상 국가에게 받는 보조금이 없어 자력으로 운영비 전액을 확보해야 하는데, 고령인 연구직은 높은 급여를 받지만 연구 실적이 높지 않아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급심은 연구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원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급심 재판부는 “ㄱ씨에게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 등에 관한 차별을 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의 임금을 획일적으로 삭감하는데, 이런 차별에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에 노동자 과반으로 구성된 노조 동의가 있다고 해도 현행법에 어긋나면 무효라고도 봤습니다. “집단적 동의를 막을 수 없는 소수 노동자 집단에게만 현실적 불이익이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면서 ㄱ씨에게 1억3천만원 가량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습니다. 대법원도 ㄴ연구원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55살 이상 직원만을 상대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법원은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여부 △절감된 인건비가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합리성 판단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모든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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